2024-09-17
사단법인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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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러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정호승 시, <아버지의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