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토리]먼저 낙타가 되어라

2024-03-29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그는 완전히 일에 빠져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일뿐이었다. 그는 대지와 곡괭이와 갈탄에 호흡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일요일 낮 역 광장의 무대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본다. 소주병들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왤까?

 

나는 30대 중반에 ‘자유인’이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자유인들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대다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왤까?

시 공부하다 만난 한 자유인은 애인에게 차였다고 했다. ‘합법적 백수’가 되라고 하더란다.

합법적 백수? 백수도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이때의 법(法)은 넓은 범위의 법일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결정적 차이는 노동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며 문화를 꽃피어왔다.

 

그럼 일하지 않는 백수는 이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가? 백수도 인간이기에 이러한 노동을 한다.

 

그가 옷을 입는 행위도 노동이다. 자연의 몸에 인간이 만든 가죽을 걸치는 것이니까.

그도 인간이기에 항상 생각한다. 지나가다 보는 건물도 어제와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그의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노동이다. 문제는 노동의 질이다. 따라서 모든 백수가 다 ‘합법적 백수’는 아니다.

그 자유인의 애인은 그가 제대로 된 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는 ㅈ 대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했는데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그의 애인은 그의 이러한 점을 들어 그를 ‘애인 실격’으로 본 것이다. 돈은 벌지 못해도, 치열하게 노동하라!

현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 정신의 발전 단계를 동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인간 정신의 가장 낮은 단계는 낙타다. 그는 임무에 가장 충실한 동물이다. 짐을 잔뜩 지고 뜨거운 사막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인간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임무에 강하게 얽매여 보지 않은 사람은 자유의 정신을 획득할 수 없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문을 일으키는 게 내 인생 최고의 목표였다. 나의 모든 삶은 이 목표를 향해 구성되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폭발했다. 임무의 굴레를 다 벗어버렸다. 니체를 알기 전이었다. 나는 그때 사자가 된 것이었다.

 

나는 세상을 향해 마구 울부짖었다. 사자의 포효는 아니었지만, 나의 정신은 사자였다.

 

자유! 낙타는 사자로 나아간다. 나는 사자로 변신하여,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나는 나의 삶을 재구성해 갔다.

모든 의무에서 해방된 인간, 그 자유의 맛은 깊디깊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자는 신이 나지 않았다. 다시 사자는 변신해야 했다. 신명 나는 존재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아이는 최고의 인간이다. 절정에 이른 인간은 아이처럼 즐겁다. 인류사에서 아이가 된 인간은 극소수다.

모든 사람은 자유를 원하고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낙타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조르바처럼 일에 몰두해 봐야 한다.

‘그는 완전히 일에 빠져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일뿐이었다. 그는 대지와 곡괭이와 갈탄에 호흡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 공재동, <별> 부분

 

낙타는 늘 밤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수많은 별을.

사자도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반짝이는 별들을.

아이는 별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하나의 별이니까


by. 고석근 https://brunch.co.kr/@b01b7070c4be48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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