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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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의 행복 타령이 지겨워,
'행복'이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삭제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뜻을 바꾸든지.
[행복: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서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뜻함]
하지만 얄팍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지,
낱말 자체는 결백하다는 것을 안다.
길에서 만난 포교자에게 약간 밉살스럽게 대꾸했지만,
'행복하기 싫다'는 내 말은
정확히는 '행복을 목표로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승진 > 결혼 > 내 집 마련' 등과
동의어로 여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 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내 손을 오래 바라본다.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불안도 외로움도 없이, 성취도 자부심도 없이,
기쁨으로만 기뻤던 때가 있었던가.
- 한정원 저, <시와 산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