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유영하는 태도
나는 94년생이다. 4년 전쯤부터 친구들이 슬슬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를 지양하기에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반 정도는 기혼이고 나머지 반이 미혼인 상태로 남아있다. 결혼은 물론이고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고 벌써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친구도 있다. 나는 겨우 귀여운 키링을 모으는 서른두 살인데.
과거로 돌아가보자면 20살에 대학 입학하고 복수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4년 다녀야 할걸 5년을 다니고 나서야 졸업했다. 졸업은 늦었지만 취업은 누구보다 빨랐다. 보조강사로 일하던 대형 영어학원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고 딱 한 명만 뽑는 정규강사 자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졸업 후 한 달도 못 쉬고 바로 직장이 생겨버렸고 그렇게 나는 사회인이 되었다.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멀리 가서 한 달 살기도 하는 걸 봐온 터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일찍 취업한 덕분에 또래보다 경력이 많은 편이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영어를 가르친 경력만 해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강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분명 얼마 전에는 다른 이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응원하며 바라보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한참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아주 한참 뒤에서.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때가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열심히 대학생활하고 영어를 가르치며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무언가에 도달하지 못한 이 찝찝함.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가니까 나도 그 길로 빨리 들어서야 할 거 같은 조급함. 난 이제야 취업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본다.
현재 기혼이든 미혼이든 각자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는 모두가 나름 행복해 보인다. 기혼인 친구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내며 제2의 인생을 사는 듯해 보이고 미혼인 친구들은 본인의 일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혼자 지내는 편안함을 즐기고 있다. 어떠한 삶의 형태이든 난 그들 모두를 응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내 삶을 응원해 주는 건 왜 그렇게 힘든지.
돌이켜보면 나는 배영도하고 평영도 해가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요새 들어 부쩍 잠영하고 있는 듯하다. 숨을 쉬지 않고 헤엄치는 중. 어쩌면 숨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어딘가에 빨리 도착하려는 마음,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남들과 같이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잠영을 하게 만들었다. 유영하듯 살았던 나는 이제 유영이 뭔지 모른다.
난 다시 유영하듯 살아가고 싶다. 나만의 속도를 존중하며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이의 삶이 아닌 나의 삶. 오롯이 나의 것. 94년에 태어나 열심히 살아온 나만의 인생.
매 달 끊이지 않고 나오는 드라마들이 새롭고 재밌는 이유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색다른 전개에 매료되는 흐름.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이다. 다 다른 이야기이기에 재밌는 것.
난 나만의 속도로 헤엄치고 내 것을 살아내고야 말겠다.
굳게 다짐해 보며 마침표를 찍는 새벽 2시 55분.
by. 이룰성 바랄희 https://brunch.co.kr/@sunghee/21
(위 글은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행복한가 이외의 공간에 무단 복제 및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
- 삶을 유영하는 태도
나는 94년생이다. 4년 전쯤부터 친구들이 슬슬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를 지양하기에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반 정도는 기혼이고 나머지 반이 미혼인 상태로 남아있다. 결혼은 물론이고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고 벌써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친구도 있다. 나는 겨우 귀여운 키링을 모으는 서른두 살인데.
과거로 돌아가보자면 20살에 대학 입학하고 복수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4년 다녀야 할걸 5년을 다니고 나서야 졸업했다. 졸업은 늦었지만 취업은 누구보다 빨랐다. 보조강사로 일하던 대형 영어학원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고 딱 한 명만 뽑는 정규강사 자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졸업 후 한 달도 못 쉬고 바로 직장이 생겨버렸고 그렇게 나는 사회인이 되었다.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멀리 가서 한 달 살기도 하는 걸 봐온 터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일찍 취업한 덕분에 또래보다 경력이 많은 편이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영어를 가르친 경력만 해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강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분명 얼마 전에는 다른 이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응원하며 바라보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한참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아주 한참 뒤에서.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때가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열심히 대학생활하고 영어를 가르치며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무언가에 도달하지 못한 이 찝찝함.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가니까 나도 그 길로 빨리 들어서야 할 거 같은 조급함. 난 이제야 취업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본다.
현재 기혼이든 미혼이든 각자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는 모두가 나름 행복해 보인다. 기혼인 친구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내며 제2의 인생을 사는 듯해 보이고 미혼인 친구들은 본인의 일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혼자 지내는 편안함을 즐기고 있다. 어떠한 삶의 형태이든 난 그들 모두를 응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내 삶을 응원해 주는 건 왜 그렇게 힘든지.
돌이켜보면 나는 배영도하고 평영도 해가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요새 들어 부쩍 잠영하고 있는 듯하다. 숨을 쉬지 않고 헤엄치는 중. 어쩌면 숨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어딘가에 빨리 도착하려는 마음,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남들과 같이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잠영을 하게 만들었다. 유영하듯 살았던 나는 이제 유영이 뭔지 모른다.
난 다시 유영하듯 살아가고 싶다. 나만의 속도를 존중하며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이의 삶이 아닌 나의 삶. 오롯이 나의 것. 94년에 태어나 열심히 살아온 나만의 인생.
매 달 끊이지 않고 나오는 드라마들이 새롭고 재밌는 이유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색다른 전개에 매료되는 흐름.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이다. 다 다른 이야기이기에 재밌는 것.
난 나만의 속도로 헤엄치고 내 것을 살아내고야 말겠다.
굳게 다짐해 보며 마침표를 찍는 새벽 2시 55분.
by. 이룰성 바랄희 https://brunch.co.kr/@sunghee/21
(위 글은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행복한가 이외의 공간에 무단 복제 및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