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사이 일몰이 빨라지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쉽지만 가을을 끝내고 겨울의 골목에 들어선다.
체온과 사뭇 다른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찬 공기에 놀란 숨이 부지런히 콧구멍을 데운다.
모든 것이 앙상하고, 땅 밑으로 숨어들기 때문인지
겨울 공기는 어느 계절보다 고스란하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온기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더 선명하게 실려 온다.
붕어빵이 그렇고, 어묵꼬치가 그렇다.
생각난 김에 붕어빵을 사러 가려고 패딩을 꺼낸다.
거의 열 달 만이라 어색하다.
갓 태어난 것처럼 거울에 패딩 입은 모습을 비춰 본다.
무심코 손을 넣은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버석거리며 나온다.
애호박, 두부, 과자. 7,000원.
찬 바람만큼 날이 섰던 영수증은 마르고 녹아 구깃구깃하고 흐릿하다.
‘패딩을 안 빨았구나’라는 찝찝한 생각은 접어 두고,
지나간 겨울의 흔적을 곱씹는다. 새 겨울을 앞두고 지난겨울을 복습한다.
붕어빵을 미루고 옷장에서 모든 패딩을 꺼낸다.
아이 주머니에서는 분홍색 비타민 사탕이 나왔다.
겨울 동안 뻔질나게 드나들던 소아과에서 받은 게 분명하다.
남편과 내 주머니에는 아이들이 먹다 남은 납작한 비타민 조각이 있었다.
겨울의 잔해물을 하얀 식탁 위에 놓는다.
창으로 바람이 불자, 식탁은 지난 겨울이 나 뒹구는 눈밭이 된다.
서둘러 치우고 널브러진 패딩을 줍는다.
추억이 털린 패딩들이 여위고 파리하다.
세탁기에 넣으니 울 코스로 58분이 뜬다.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에 넣어 반만 건조하고 꺼내, 비스듬히 널어 말릴 것이다.
잠시 뒤, 겨우내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던 패딩이 건조대에 누웠다.
밤새 서서히 건조되면 황태만큼 부드러운 패딩이 될 것이다.
그 옆에 누워 매서운 눈보라를 떠올린다.
나는 빨랫줄에 꼿꼿이 매달려 있다. 내 옆에 붕어빵을 닮은 황태가 보인다.
‘춥고 무서워.’
우리는 꽁꽁 얼었다가 겨울 햇빛에 녹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갈수록 부드럽고 굳건해진다.
상상 속 나는 마침내 빨랫줄에 아주 유연하게 매달렸다.
모두가 잠든 밤, 건조대에 누운 패딩을 만져 보니 영수증처럼 버석거린다.
옷걸이로 마른 패딩을 두드린다.
곧 숨 죽은 털이 잘 마른 황태살처럼 부풀어 오늘 것이다.
뜻밖에도 나는, 겨울을 앞두고 패딩을 혹독하게 담금질하고 있었다.
내일 우리는 부드럽고 굳건해진 패딩을 입고 겨울의 골목으로 갈 것이다.
이만하면 눈보라도 괜찮다.
눈을 맞고 찾아간 골목에서 붕어빵을 찾아야지.
- 김연주 저, <콧구멍 워밍업> 중에서
요사이 일몰이 빨라지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쉽지만 가을을 끝내고 겨울의 골목에 들어선다.
체온과 사뭇 다른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찬 공기에 놀란 숨이 부지런히 콧구멍을 데운다.
모든 것이 앙상하고, 땅 밑으로 숨어들기 때문인지
겨울 공기는 어느 계절보다 고스란하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온기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더 선명하게 실려 온다.
붕어빵이 그렇고, 어묵꼬치가 그렇다.
생각난 김에 붕어빵을 사러 가려고 패딩을 꺼낸다.
거의 열 달 만이라 어색하다.
갓 태어난 것처럼 거울에 패딩 입은 모습을 비춰 본다.
무심코 손을 넣은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버석거리며 나온다.
애호박, 두부, 과자. 7,000원.
찬 바람만큼 날이 섰던 영수증은 마르고 녹아 구깃구깃하고 흐릿하다.
‘패딩을 안 빨았구나’라는 찝찝한 생각은 접어 두고,
지나간 겨울의 흔적을 곱씹는다. 새 겨울을 앞두고 지난겨울을 복습한다.
붕어빵을 미루고 옷장에서 모든 패딩을 꺼낸다.
아이 주머니에서는 분홍색 비타민 사탕이 나왔다.
겨울 동안 뻔질나게 드나들던 소아과에서 받은 게 분명하다.
남편과 내 주머니에는 아이들이 먹다 남은 납작한 비타민 조각이 있었다.
겨울의 잔해물을 하얀 식탁 위에 놓는다.
창으로 바람이 불자, 식탁은 지난 겨울이 나 뒹구는 눈밭이 된다.
서둘러 치우고 널브러진 패딩을 줍는다.
추억이 털린 패딩들이 여위고 파리하다.
세탁기에 넣으니 울 코스로 58분이 뜬다.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에 넣어 반만 건조하고 꺼내, 비스듬히 널어 말릴 것이다.
잠시 뒤, 겨우내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던 패딩이 건조대에 누웠다.
밤새 서서히 건조되면 황태만큼 부드러운 패딩이 될 것이다.
그 옆에 누워 매서운 눈보라를 떠올린다.
나는 빨랫줄에 꼿꼿이 매달려 있다. 내 옆에 붕어빵을 닮은 황태가 보인다.
‘춥고 무서워.’
우리는 꽁꽁 얼었다가 겨울 햇빛에 녹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갈수록 부드럽고 굳건해진다.
상상 속 나는 마침내 빨랫줄에 아주 유연하게 매달렸다.
모두가 잠든 밤, 건조대에 누운 패딩을 만져 보니 영수증처럼 버석거린다.
옷걸이로 마른 패딩을 두드린다.
곧 숨 죽은 털이 잘 마른 황태살처럼 부풀어 오늘 것이다.
뜻밖에도 나는, 겨울을 앞두고 패딩을 혹독하게 담금질하고 있었다.
내일 우리는 부드럽고 굳건해진 패딩을 입고 겨울의 골목으로 갈 것이다.
이만하면 눈보라도 괜찮다.
눈을 맞고 찾아간 골목에서 붕어빵을 찾아야지.
- 김연주 저, <콧구멍 워밍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