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토리]불편한 동반자 ‘비둘기’에 대한 고찰

2024-07-08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김광섭 시, <성북동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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